前 연매출 1천억 회장, 속죄하며 달리는 이유 “아들, 내 탓에 요절
-2025. 5. 2

과거 연매출 1천억 원의 중견 기업 회장이었던 한옥두 할아버지가 평생 속죄하며 달리는 이유를 털어놓았습니다.

5월 1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685회에서는 죽지 못해 뛰는 할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됐다.


죄가 많아 달리기를 멈출 수 없다는 84세의 한옥두 할아버지는 이날 일반 가정집과는 좀 달라 보이는 혼자 사는 집을 공개했다. 할아버지는 지인이 운영하던 회사 숙소에서 거주한 지 5개월 정도 됐다며 "앞서 절에서 생활하다가 지인이 거처를 마련해 줘서 여기 와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 산행 후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할아버지는 바로 하천가를 뛰며 운동했다. 30년째 하루 10㎞씩 뛰고 있다는 할아버지는 알고 보면 "지구 한 바퀴를 돈 마라토너"였다.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1204회 완주한 할아버지는 "1204회를 뛰었으니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더 뛰었다"고 자부했다. 국제 마라톤 6대 대회를 완주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운동에 집착하기 전 어떤 삶을 살았냐고 묻자 전에는 연 매출 1000억 원의 유망 중견 기업의 회장이었음을 고백했다. "유리 제조업을 했는데 그 (1980년도) 이후에 아파트 붐이 불어서 엄청나게 연간 매출이 늘어났다. 1년에 천억 정도로 올랐다. 김해의 번화가에 10층짜리 사옥도 가지고 있었다"고.

아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했다는 할아버지는 "투자를 굉장히 많이 했다. 경쟁에서 안 지기 위해서. 그런데 외환 위기가 오니까 180도 달라졌다. 내가 이 정도면 참 대단하다고 내 자신이 느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영향을 주며 살아왔는데 어느 때에 (회사가 부도나면서) 일시적으로 무너졌다"고 밝혔습니다.

할아버지의 인생 고난은 회사 부도뿐만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자식이) 1남 3녀가 있었다. 아들 하나가 젊은 나이인데 갑자기 심장에 쇼크가 일어나서 세상을 떴다.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괴롭다. 자식한테 약 한 첩이라도 지어줄 수 있었다면 제가 좀 덜 그랬을 거다. 지금 목이 메는데…그런 게 참 아쉬웠다"고 눈물과 함께 토로했다. 아들을 잃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아내마저 집을 나가고 술독에 빠져 살다가 필사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사연이었다.

이런 할아버지는 자식을 보낸 지 18년이나 흘렀는데 몸을 혹사시키는 이유가 있냐고 묻자 "아들이 굉장히 똑똑했다. 나름대로 공부도 잘했고. 같은 대학 졸업한 (아들) 동료들은 국회의원이 세 명이나 됐다. 아들은 정치 쪽으로 가려고 하는 걸 내가 못하게 했다. '내가 하는 업을 네가 계승 받아야 한다. 내가 수십 년을 일궈놓은 내 업인데 하나뿐인 아들 네가 맡아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외환 위기에 감당할 수 없는 부채가 쌓이고 아들이 결국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할아버지는 "제가 잡지 않고 놔뒀다면 아들이 그렇게 젊은 나이에 안 죽었다. (하는 대로 놔뒀으면) 후회 안 한다. 그런데 아들이 착하다 보니까 자기가 갈 길이 따로 있는데 아버지 말을 들은 거다. 제가 어쩌다 아들의 앞길을 멈추게 했는지 그게 후회스럽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8년간 한 달에 한 번은 꼭 아들의 묘소를 찾는다는 할아버지는 아들이 생전 좋아했던 튀김을 앞에 놓아줬다. 그러곤 "아들아 그리운 마음이 간절하구나. 부디 이 생에 못한 것이 다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극락왕생하길"이라며 눈물로 아들의 명복을 빌어 먹먹함을 안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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